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다양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교통 문제, 쓰레기 문제, 님비 현상 등과 같은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 등의 민주적인 방법을 따라야 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설의 건설로 인해 직접 생활과 연관되는 경우, 지역 주민과 지자체/건설사와의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이 때 나타나는 용어가 ‘지역 이기주의’인데요, 지역 이기주의 현상의 뜻과 사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지역 이기주의
지역 이기주의 현상 3가지
·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는 필요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 이롭지 않은 일은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
· 핌피(PIMFY: Please In My Front Yard)
사람들에게 좋은 인식을 주는 시설을 건설하거나 이익이 되는 시설을 자신이 속한 지역에 유치하려는 현상
· 바나나 현상(BANANA Syndrome)
‘어디에든 아무것도 짓지 마라(Build Absolutely Nothing Anywhere Near Anybody.)’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 각종 환경오염 시설들을 자기가 사는 지역권 안에는 절대 설치하지 못한다는 현상
님비 현상 vs 바나나 현상의 차이
둘 모두 혐오 시설이 자기가 사는 지역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지만,
NIMBY: 시설의 필요성에는 동의합니다. 어딘가에는 있어야 하지만 우리 지역에는 안된다는 것이죠.
BANANA Syndrome: 시설 자체가 지어지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우리 지역을 포함해 어디에도 짓지 말라는 입장입니다. 위험성이 있는 발전소, 쓰레기 매립지, 교도소 등의 기피 시설의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경우입니다.
지역 이기주의 현상 사례
1. 수원시는 2016년부터 팔달구, 장안구, 영통구에 나뉘어 있는 6개의 정신보건시설을 마음건강치유센터라는 단일 시설로 통합하는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인근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계획이 무산됐습니다. 정신건강시설이 들어오면 사업 부지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 아이들이 범죄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의견 때문입니다. 이와 비슷하게 청주, 오산, 인천 등에 설립 예정이었던 정신병원들도 유사한 이유로 지역 주민들의 반대에 마찰을 빚은 경우들이 있습니다. 내 지역에 원치 않는 시설이 생기는 것을 반대하는 님비 현상의 예이죠.
2. 원자력 발전소는 대표적인 혐오 시설이며 님비 현상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원자력 발전은 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효율적 측면에서 탁월하지만, 유해성 때문에 위험하고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안전 관리를 잘 하더라도 방사성 물질이 조금이라도 나오고, 폐쇄한다 해도 삼중수소와 14C 등의 유해물질이 나와서 인체에 유전자 변형, 세포사멸 등의 악영향을 일으킵니다. 정부에서도 지원금을 주는 등 상생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입장을 조율하기에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에는 특히 경상도와 전라남도 쪽에 원자력 발전소가 집중되어 있으며, 비교적 최근에는 울진 원전 건설에서 난항을 겪은 예가 있습니다. 한국수력원자력 본부에서 주민 갈등이 매우 컸습니다. 한전, 한수원 등 시행사와 지자체간 합의는 이루었으나 주민을 설득하는 과정에 난항을 겪었고, 긴 기간에 걸쳐 십수번의 갈등조정회의와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방안들을 약속받았습니다.
3. 지하철역 유치 경쟁은 핌피 현상을 잘 보여주는 예입니다. ‘역세권’이라는 타이틀이 붙기 때문에 지역의 땅값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지하철 노선의 연장이나 확장이 있을 때, 새로운 노선이 생기거나 도시철도망을 개선 및 확장할 때 각 지역에서는 ‘내 지역에’ 역이 들어오기를 바라며 목소리를 높이곤 합니다.
4. 비슷한 예로 최근 신설 계획 단계에 있는 GTX 노선 유치에 관한 각 지역 주민의 사례가 있습니다. 노선은 GTX-A, GTX-B, GTX-C, GTX-D로 네 개가 예정되어 있는데 노선을 선정할 때 내 집 앞에 노선이 정차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집 앞에 전철역이 생기면 삶도 편리해지고 집값이 올라가기 때문입니다. 인덕원역과 왕십리역이 GTX-C 노선에 추가로 신설되자 인근 주민들은 환호했습니다. 반면 이미 노선 유치가 확정됐던 지역의 주민들은 노선을 추가하면 전철의 속도가 느려진다고 반대했습니다.
또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일부 주민은 GTX가 거쳐가는 길을 아파트 바로 밑에 짓겠다는 계획에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노후화된 아파트가 공사 중 안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입장이죠. 정부는 적절한 공법을 이용해 안전하게 지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주민들은 지반 붕괴의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표하는 상황입니다. 지하철 역이 내 집의 ‘앞’에 지어지는 건 좋지만 ‘밑’에 짓는 것은 싫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죠.
5. 시에서 생태 공원을 조성하기 위해 땅의 개발을 막았습니다. 그러자 땅 주인이 항의했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원을 만들고자 하는 시민 단체와, 개인의 재산권을 위한 땅 주인 사이의 대립입니다. ‘공익을 위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내 땅은 안돼!’라고 주장하는 모습입니다.
사례들에서 볼 수 있듯 모든 지역과 관련한 이기주의가 ‘나쁜 것이다.’라고만 보기는 어렵습니다. 경우에 따라 자신의 삶에 큰 피해를 끼치는 사례도 있고, 목소리를 높여야 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기주의 현상을 선악의 개념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적절한 보상책을 마련하거나, 최대한 합리적인 답을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